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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렉틴이란 무엇인가, 렉틴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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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렉틴프리(lectin free)'라는 용어를 인터넷에서 많이 접하게 됩니다. 과연 렉틴이 무엇이길래 해로운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렉틴 프리 열풍을 일으킨 것은 심장 전문의이자 면역학자인 스티브 R. 건드리 박사인데요, 그는 그의 저서 <플랜트 패러독스>에서 '우리가 건강해지려고 먹는 음식들이 사실은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면서, 현미뿐만 우리가 즐겨 먹는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렉틴'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렉틴'은 무엇이며, 무조건 몸에 해롭기만 한 것인지,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렉틴 함유 식품들 사진
렉틴이 함유된 식품들

 

렉틴이란 무엇인가요?

렉틴(lectin)은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복합체로 세포막의 당 분자와 결합해 세포의 응집, 분열, 기능 활성화 등에 관여하는 물질을 총칭합니다. 강낭콩의 PHA(피토헤마글루티닌), 밀의 WGA(whet germ agglutin)나 글루텐 등 수천 종이 존재합니다. 식물 속 렉틴을 사람이 먹었을 때 세포막에 엉겨 붙어 세포의 활동과 내분비 기능을 방해하므로 자가면역질환이나 염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장에서 영양소가 흡수하고 독소가 걸러지는 것을 방해하며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려 장누수를 일으키는 물질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항암,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차단, 면역증강 등 렉틴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암세포 등 특수한 당 구조를 인식하는 단백질로 항암 및 면역증강 작용이 있어서 항암제의 주성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렉틴이 많이 함유된 음식

  • 콩류: 강낭콩, 완두콩, 대두, 땅콩 등
  • 곡물류: 보리, 밀가루, 현미, 백미, 오트밀, 호밀, 퀴노아 등
  • 견과류: 아몬드, 호박씨, 해바라기씨, 캐슈너트, 헤이즐넛, 치아씨드 등
  • 채소, 과일: 고추, 피망, 토마토, 감자, 가지, 호박, 오이, 수박, 멜론, 참외, 옥수수 등 
  • 식용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 육류와 유제품: 옥수수 등 렉틴이 많은 사료를 먹고 자란 가축의 우유와 고기 

 

 

 

렉틴이 적은 음식

  • 고구마, 유카, 타로, 순무 등 뿌리식물
  • 로메인, 상추, 시금치, 바다풀 등의 잎채소
  •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양배추, 콜라비 등의 십자화과 채소
  • 아스파라거스, 마늘, 샐러리, 버섯, 양파 등

 

렉틴을 감소시키는 방법

식물은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하면 렉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물과 함께 익히거나 찌면 렉틴 농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다만 보통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렉틴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어도 위장에서 어느 정도 분해가 됩니다. 또한 입과 장 안에 있는 여러 미생물이 렉틴의 활동을 억제합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식물의 독성, 호르메시스 효과를 기억하자  

피틴산, 렉틴, 옥살산 등 식물 속 화학물질 중 상당수는 식물이 자신을 공격하는 다른 생명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독성 성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식물 속에 함유된 다양한 화학물질은 과다하게 섭취하면 독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양이라면 오히려 유익합니다. 또한 독일의 진화생물학자 리하르트 프리베는 "렉틴은 염증유발 요인보다 항암, 면역증강 등 긍정적인 역할이 크고 몸속의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효과까지 있다."며 통곡물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약과 독은 한 뿌리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스위스 의학자 파라켈수스는 "독과 약은 쓰는 용량에 달렸다."라고 했고, 독일의 약리학자 휴고슐츠는 이를 개념화하여 '호르메시스(Hormesis)'라 정의하였습니다. 호르메시스는 그리스어로 '자극한다' 혹은 '촉진한다'는 뜻으로, 미량의 독소나 스트레스가 오히려 생물과 인간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보편적인 생리현상을 가리킵니다. 소량의 병원균에 미리 노출시키는 예방주사가 대표적인 '호르메시스 효과'의 예이며, 보톨리늄은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적정 소량의 보톨리늄은 보톡스로 피부 미용,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파도 소리나 카페의 적정한 소음이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백색소음 또한 같은 원리입니다. 식물과 그 식물을 먹으면서 생존한 인간 사이의 오랜 상호과정을 통해 그런 독소 성분들이 오히려 인체에 유리한 스트레스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온 특정 렉틴이나 피트산은 위에서 위산에 의해 분해되며, 입안과 장내 박테리아들도 이들의 위험성을 약화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인간은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서도 이런 물질을 줄여왔습니다. 콩 속의 렉틴은 익히거나 발효시키는 과정을 통해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균형잡힌 식단이 중요합니다.

 

균형 잡힌 식사가 최고

렉틴은 백해무익한 독소가 아니며 수많은 음식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렉틴 성분을 전부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건강 이상이 없을 경우 지나치게 렉틴을 의식하여 극도로 제한하기보다는 해당 음식이 주는 영양학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여러 음식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식단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가면역질환(당뇨,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이 있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의사와의 상담이나 전문 서적, 문헌을 참고해 먹는 음식을 바꿔보면서 실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본인에게 맞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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