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주년 3.1절인 오늘, 저는 유관순 열사와 함께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떠오릅니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이름 없는 의병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깨닫게 해 준 감동적인 인생 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가 실제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독립유공자 황기환 지사의 유해가 순국 100주년이 되는 올해 4월 봉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독립유공자 황기환(黃玘煥) 지사( 미상~1923)의 삶
- 평남 순천 출신인 황기환 지사는 10대 후반이던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1917년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지원병으로 입대해 유럽 전선에서 중상자 구호를 담당했습니다. 1919년 6월 프랑스로 이동해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김규식 일행을 도와 대표단의 사무를 협조하는 동시에 임시정부의 파리위원부 서기장으로 임명되어 독립 선전활동을 벌였습니다.
- 황 지사는 일본이 '한국에 일본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주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다른 나라에 동화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라고 반박하며 파리에 모인 세계 대표들 앞에서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또한 황 지사는 그해 10월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있던 한인 노동자 200여 명이 영국을 거쳐 일본에 강제 송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필사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쳤습니다. 결국 황 지사는 이들 중 일부인 35명을 극적으로 구출해 프랑스로 데려웠습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재법한국민회를 조직하였으며, 3·1운동 1주년인 1920년 3월 1일 프랑스 소도시 쉬프에 모여 '대한 독립 만세' 삼창을 하며 독립을 외쳤습니다. 또한 독립운동을 돕기 위해 6개월 동안 모은 6천 프랑을 파리위원부에 기부하였습니다.
- 1920년에는 파리 주재 한국선전단 선전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잡지 '자유한국'을 프랑스어판과 영어판으로 발간해 한국 독립을 세계에 호소했습니다. 파리 대학 교수인 우락을 초청하여 인권옹호회를 조직하고 지리학회장에서 「원동 韓·中 和平이 受하는 압박」이란 문제로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언론을 통해 한국의 독립을 호소했습니다. 그해 10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언론인 멕켄지와 윌리엄스가 발기하여 한국친구회를 조직하자 함께 참석하여 활동하기도 했습니다(맥켄지 기자는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에 영국인 종군 기자로 등장하여 유진 초이의 안내를 받아 의병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어가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 1921년 4월,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부 주차영국런던위원으로 임명되어 「영일동맹과 한국」이란 서적을 편집,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된 것이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분할정책에서 비롯된 것임을 비판하였습니다. 또한 같은 해 5월, 파리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통신부 사업의 일환인 한국친우회를 조직하여 한국의 외교 사업을 후원하는 한편, 7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외교부 런던주재 외교위원 및 구미위원회에서 활약하였습니다.
-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펼치던 황 지사는 1923년 4월 17일 만 40세의 나이에 미국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하였습니다.
- 정부는 황 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했습니다.
국가 보훈처의 국내 봉환 노력
- 황기환 지사는 1923년 4월 17일 순국 후 미국 뉴욕 소재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안장되었고, 그로부터 85년이 지난 2008년 뉴욕한인교회 장철우 목사가 황기환 지사 묘소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2013년부터 황기환 지사의 유해 봉환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리벳 묘지 측이 유족이 없는 황 지사의 유해 파묘 및 봉환은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난항을 겪었습니다.
- 이에 따라 국가보훈처는 지난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법원에 유해 봉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족보나 유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법원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 이에 국가보훈처는 뉴욕 총영사관과 함께 올리벳 묘지 측에 순국 100주년이 되는 올해 유해를 봉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비롯해 대한민국과 해외 동포들의 염원을 담아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묘지 측의 전격적인 파묘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 황 지사의 유해는 올해 4월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며, 보훈처는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면 정부 주관으로 봉환식을 거행하고, 황 지사의 영현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입니다.
물론 미 해병대 장교였던 유진 초이와 달리 황기환 지사는 전투병이 아니었으며, 고국으로 돌아온 적이 없고, 독립운동도 무장투쟁이 아닌 외교운동 위주였다는 점 등 미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많은 차이가 있어 실제 인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작가가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밝힌 적이 없으므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놓고 비슷한 이력의 독립유공자 인생을 참고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스터 션샤인'을 계기로 잊혔던 독립유공자 황기환 지사의 치열했던 독립운동과 업적들이 재조명되었고, 이러한 것들이 유해 봉환을 위한 국민과 해외동포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11월 YTN라디오에서 이루어진 최정식 국가보훈처 소통총괄팀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정부 추정으로 약 300여 분의 독립운동가들은 아직 유해를 봉환하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해 봉환에 도움이 되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라고 합니다. 국가보훈처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면서 아직 돌아오시지 못한 분들도 모두 고국에 돌아와 쉴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후손들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이역만리타국에서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고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애써주신 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후손들이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런 희생에 대한 보상과 예우가 이루어져야 후손들도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살아가며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3.1절을 맞아 '미스터 션샤인' 정주행을 추천하며, 다음 달 황기환 지사의 유해봉환 소식을 기다려봅니다.
"독립된 조국에서 씨 유 어게인(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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