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아플 때 병원에 가면 흔히 처방받는 항생제, 의사선생님을 믿고 먹으면서도 궁금하고 의아했던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항생제(抗生劑, Antibiotics)란?
항생제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여서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항생제는 인류의 의학기술과 평균 수명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중요한 의약품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항생제를 반복해서 복용하게 되면 정상세균은 없어지고 내성 세균이 늘어나게 돼 꼭 필요할 때만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항생제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항생제 내성(耐性)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를 복용할 경우 우리 몸 안에서 유익한 균과 나쁜 균을 구별 없이 죽이게 됩니다. 생존 압박을 받는 세균들은 살아남기 위해 유전 물질을 교환하고 진화하며 항생제를 분해하거나 피하는 능력을 얻어 점점 강해지기도 하여 항생제 효과가 없어집니다. 바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면 정상 세균은 없어지고 내성 세균이 늘어나게 돼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줄어들게 되고, 소위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경우에는 치료할 항생제가 없게 됩니다. 즉, 항생제의 사용은 내성균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적절한 요법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설사
장 내 세균총(장내 미생물)이 손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초산, 젖산, 피로피온산 등을 생산하고 장관운동, 담즙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습니다. 따라서 유익균들이 항생제 때문에 감소하면 담즙산이 정체되고 지방산, 탄수화물 대사가 억제돼 소장 내 농도가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삼투압이 높아지고 수분 함유량이 많아져 변이 묽어지거나 설사를 하는 것으로 삼투성 설사라고 합니다. 이런 증상은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항생제 복용 전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때 유산균을 추가로 공급해 장내 환경을 정상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레르기
항생제를 복용한 후 피부 발진, 두드러기, 가려움 등의 알레르기성 질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항생제 오남용 현황
우리나라 항생제 총 처방량은 2019년 기준 23.7 DID(인구 1000명당 1일 항생제 사용량 단위로 국제적 표준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7.0 DID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영유아 항생제 사용 빈도는 주요 선진국(노르웨이의 7.6배)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0~6세 영유아 10명 중 4명꼴로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으로부터 항생제를 처방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정부는 항생제 적정 사용과 내성균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어린이 감기약에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항생제 복용 시 먹으면 주의해야 할 식품 3
우유: 퀴놀론계 항생제와 우유 등 유제품을 함께 먹으면 약 성분이 몸에 흡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유에 포함된 칼슘, 철분, 락트산 등이 약 성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제품은 항생제 복용 두 시간 후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 커피·콜라·녹차·초콜릿 등 카페인이 든 식품을 항생제와 같이 먹으면 카페인 배설을 억제해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술: 메트로니다졸 성분의 항생제를 먹고 술을 마시면 구토·복부경련·두통·안면홍조가 일어날 수 있어 술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항생제 복용 시 주의사항
감염 질환과 투여되는 항생제의 종류에 따라 항생제 복용 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환자가 항생제의 복용을 임의 중단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항생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감염이 불완전하게 치료되어 내성 세균의 발현을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감기엔 무조건 항생제?
사실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감기 낫는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잘 먹고 쉬면서 면역력을 올리는 게 유일하다고 합니다. 질병의 원인은 크게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나뉩니다. 감기의 80~90%는 바이러스 감염증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감기는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면서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하기 때문에 약이 필요 없으며, 기침, 콧물, 가래 등 각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사용합니다. 해열제, 진해제(기침약), 항히스타민제(콧물약), 거담제(가래약)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들 치료제도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반면 중이염이나 폐렴 등 세균에 감염됐거나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는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합니다. 즉, 항생제는 감기로 인해 생긴 2차 세균성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올바른 처방, 환자는 올바른 복용을 하여 감기도 낫고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가축 항생제가 주는 치명적 영향
항생제 섭취 경로는 단순 처방약뿐만이 아닙니다. 항생제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소, 닭 등 가축에 발생된 질병과 양식 어류에게 발생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사용됩니다. 동물과 양식 어류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세균을 사멸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내성 세균을 키울 수 있으며 결국 인간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이 동물에서 인간에게 전파되는 경로는 첫째, 육류, 분료 등 동물의 폐기물에서 토양과 물을 통하여 어류, 과일, 채소에 오염되며, 둘째, 식육을 생산하는 농축수산업자에서부터 식품가공업자로 전파되고, 셋째, 오염된 가공육을 통하여 인간에게 전파되며, 넷째, 축산농장에서 다른 동물로 전파되어 일반 국민들에게 내성균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항생제를 남용한 결과 바닷속 돌고래들도 심각한 항생제 내성세균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항생제 생산량의 약 80%는 가축에 사용되며 가축 폐수나 내수양식장의 방류수 속에 항생제 내성인자가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동물이나 어류에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면 결국 그 피해가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항생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인간·동물·어류·식물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
인간의 욕심으로 힘없는 동물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 없이 작고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 항생제, 꼭 필요한 경우에 올바르게 복용합시다.
2. 먹고 남은 항생제는 꼭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려서 수질오염, 토양오염을 방지합시다.
3. 유제품, 계란, 육류 섭취 시 동물복지·무항생제 제품을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농장동물의 열악한 복지 수준을 향상하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동물복지 축산물을 생산토록 유도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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