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입니다. 이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이미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된 적이 있어 그 이후로는 수산물 섭취도 줄이고 구입할 때도 항상 원산지를 확인하고 주의를 기울였었는데요. 바닷물은 돌고 돌아 원산지가 의미 없다고 할지언정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려 먹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의미가 없어지고 '끓는 물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당하게만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감과 공포감이 엄습해 옵니다. 기후위기로도 감당하기 벅찬 우리의 미래에 방사성 오염수까지... 무섭고 직면하기 어려울지라도 더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발생 원인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 지진은 초대형 지진해일을 불러와 연안 지역에서의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는 동시에 세계역사상 가장 심각한 원자력 사고 중 하나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불러왔습니다. 14m 높이의 지진해일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비롯한 냉각수의 취수 펌프 등이 침수돼 사용 불능 상태에 빠지며 원자로는 핵분열 생성물의 붕괴열이 계속 상승하기 시작했고, 결국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핵심 물질이 들어있는 원자로의 한가운데 부분이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melt down)' 현상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소 폭발이 수차례 일어났고 주변은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핵연료 속의 방사성 물질은 태평양 등 외부로 누출되어 주변 지역을 오염시켰습니다. 일본은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10년 여 년간 주입했습니다. 외부에서는 지하수까지 유입돼 원전 내에서 하루 최고 18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전 내에 1000여 개의 오염수 저장 탱크가 설치되어 있으나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오염수에 탱크의 90%가 꽉 차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2020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기준 이하로 희석해 해양 방출하는 방안을 최정 결정했습니다. 일본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시설인 해저터널 굴착을 완료했으며 오는 7월부터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일본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약 137만 톤에 달하는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버려지게 됩니다.
일본이 주장하는 오염수 정화의 허구성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통해 방사성 삼중수소 외 62개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정화할 예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의 80%는 여전히 방사선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 자국 미디어의 일관된 보도 내용입니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로는 완전한 정화는 불가능하며, 알프스는 방사성 물질 제거 성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삼중수소와 탄소 14와 같은 종류의 방사선 물질은 아예 걸러지지도 않습니다. 즉, 알프스를 통해 오염수를 정화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와 같습니다.
삼중수소란 무엇인가?
원전 오염수 안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삼중수소'입니다. 삼중수소는 양자 1개, 전자 1개, 중성자 2개로 이뤄진 화학물질인데,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화학적으로 분리하기가 어렵습니다. ALPS 처리를 거치더라도 삼중수소는 남습니다. 이대로 해양에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하면 바다에 삼중수소가 떠돌게 됩니다. 그러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축적되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이후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이 일어납니다. DNA에서 핵종 전환이 발생하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해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킵니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는 얼마나 위험한가?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일본정부가 방사성 오염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며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성 피해를 입힐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공개된 여러 문서를 보면 도쿄전력은 ALPS가 불검출 수준으로 오염수를 처리 및 정화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2013년에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오염수 처리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명예교수는 5월 19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틱'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중수소와 더 위력이 강한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세·스·플은 뭉치는 성질로 인해 방사능 위력이 삼중수소에 비해 10배에서 많게는 1000배 정도 강력하다. 이것들은 혈액정도가 아니고 근육과 뼈, 뇌에 붙어서 고형암(종양)을 일으킨다. 더 위험한 것은 피부도 뚫고 들어오는 감마선이라는 사실이다. 오염된 바다에 들어가기만 해도 피폭 위험이 있다는 소리다. 또한 세·스·플은 무겁기 때문에 바닥으로, 심해 저류를 통해 4-5개월이면 우리 해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한 히로시마대학교 공과대학 출신 고토 박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방사선 피폭에는 최저수치라는 것은 없고 적은 피폭이라도 질병을 얻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방사성 피폭의 특징은 자신이 피폭된 줄도 모르는 사이에 피폭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사성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국내외 시뮬레이션을 종합했을 때 세슘의 경우 제주는 1개월 이내, 동해엔 6개월 이내에 오게 된다고 하니 부산의 경우 3~4개월이면 도착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OIST)이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시 극미량의 세슘 등이 불과 한 달 내로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대학의 연구 결과로는 제주도 앞바다에 220일, 동해엔 400일 이내 도달이 예상됩니다. 쿠로시오 해류로 인해 해양 방류 5년만 지나면 한국도 일본과 같은 농도가 됩니다. 방사성 물질이 퍼져나가는 예측 시기만 다를 뿐, 어떻게 되든 오염된다는 뜻입니다.
반감기란 무엇인가? 주요 핵종의 반감기는?
반감기는 방사능 물질의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반감기가 짧을수록 방사능 물질이 사라지는 기간이 짧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오드 131(I-131)은 반감기가 8일이며, 삼중수소는 12년입니다. 세슘-137(Cs-137)의 반감기는 30년이며 몸에 들어온 세슘은 주로 근육에 붙어서 베타선뿐만 아니라 더 강한 투과성 방사선인 감마선을 방출합니다. 스트론튬(Sr-90)의 반감기는 30년이고 강한 베타선가 열을 내뿜고 결국에는 지르코늄-90으로 붕괴합니다. 뼈에 축적되어 백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탄소-14(14C)는 약한 베타선을 방출하고 반감기는 무려 5,700년입니다. ALPS는 애초 탄소-14도 거를 수 없어 전량 바다로 흘러갑니다. 플루토늄(Pu-239)의 반감기는 무려 24,300년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재(人災). 일본은 방사성 오염수를 최소 100년 지상에서 저장 후 배출해야.
2002년 도쿄전력이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그때 이미 후쿠시마에서의 지진해일 위험은 과소평가 됐으며 원자로를 냉각하는 해수펌프가 위험하다는 사실도 지적됐습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정부 또한 그 분석 결과에 따른 대응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채 건설 허가를 내줬습니다. 반대로 인근에 있던 다른 원자력발전소인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는 지진해일을 경험한 토목기사의 주장에 따라 당초 제안됐던 것보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지고 해수면으로부터 훨씬 더 높은 위치에 건설되었습니다. 결국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제1원 전은 지리적 여건과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을 배재한 채 원전 건설을 허가한 정부에 의한 국가적 인재입니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물질이 반감기를 여러 번 거치려면 최소 100년쯤은 지상에서 저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약 10조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하여 가장 값싸고 빠른 처리 방법으로 바다에 방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의 것이 아니며, 한 번 방류하기 시작하면 지구 생태계에 되돌릴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것입니다.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는 미래세대에게 생명의 보고 바다를 빼았는 일이며, 수산업계 종사자와 수산물을 소비하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일본은 당장 결정을 철회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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