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내일이면 4월이네요. 보통 3, 4, 5월을 봄이라고 보는데 기후위기로 더위가 빨리 찾아오는 경향이 있어 5월부터 더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예쁘게 핀 꽃들을 보면서 봄이 좀 천천히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금요일입니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봄나물이죠. 마트나 시장에 가면 제철을 맞은 싱싱한 봄나물들이 가득해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여러분들은 봄나물 중에 어떤 것들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쑥, 달래, 방풍나물, 세발나물, 봄동 등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얼마 전에 달래를 조금 사서 달래장을 만들어 콩나물밥과 슥슥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더라고요. 세발나물도 된장에 무쳐서 비빔밥에 넣어 먹었고, 방풍나물도 사다 놓았는데 내일 쌈장에 무쳐 먹을 계획이에요. 다음 주에는 바지락을 넣고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여야겠습니다. 두릅과 냉이는 뭔가 잔뿌리와 가지가 많아 손질하기 어려워 보이고, 소량의 독성분이 있다는 기사도 본 것 같고 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언젠가 도전해야 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제철 봄나물이 이렇게나 많이 자라는 땅에서 산다는 것이 새삼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봄나물은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지요. 봄나물들이 각각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쑥
비타민, 미네랄, 칼륨, 칼슘, 아르테미시닌이 풍부합니다. 특히 비타민A가 풍부하여 쑥을 먹으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또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베타카로틴이 풍부합니다. 쑥의 칼륨과 칼슘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호르몬을 조절해 당뇨병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소화를 촉진해 주므로 더부룩함, 가스 그리고 변비와 같이 소화에 문제가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쑥은 간과 담낭의 기능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 간은 몸의 해독을 담당하고, 담낭은 담즙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하여 소화를 돕습니다. 또한 쑥은 몸을 따뜻하게 해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쑥은 여성의 건강에도 좋습니다. 자궁으로 가는 혈류를 자극하고 호르몬의 균형을 맞춰 줍니다. 이런 효능으로 생리통을 줄여주거나 불규칙한 생리 주기를 조절합니다. 특히 쑥은 은은한 향이 아주 매력적인데, 바로 쑥의 정유 성분인 시네올(cineol) 성분 때문입니다 시네올은 향긋하고 시원한 맛을 내며,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천식을 치료하고, 백혈병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또, 식중독균의 생장을 억제하고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 기능을 도와 춘곤증 극복에 효과기 있습니다. 떡, 전, 된장국, 페스토 등을 해 먹을 수 있습니다.
달래
비타민 A, B1, B2, C 등이 고루 들어 있어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 활력 충전에 효과적이며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달래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내는 성분인 '알리신(allicin)'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동맥경화, 고혈압 등 혈관 질환을 예방합니다. 달래에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 달래 속의 셀레늄(selenium)은 유해 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효능이 뛰어납니다. 셀레늄은 봄을 대표하는 나물인 냉이, 쑥, 달래 중에서 달래에 제일 많이 들어있습니다. 또 달래 100g에는 하루 필요 섭취량의 6배에 해당하는 철분이 들어있는데, 달래의 비타민 C가 철분 흡수율을 더욱 높여줍니다. 칼슘도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뼈 건강이 우려되는 갱년기 여성, 노인에게도 참 좋은 식재료입니다. 한편, 달래의 영양소는 열에 약하므로 가능한 생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된장찌개나 달래장으로 많이 해 먹습니다.
봄동
봄동에는 기름에 녹는 베타카로틴과 물에 녹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들은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물질로 봄동을 통해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를 섭취하면 항산화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봄동에는 칼륨,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체내 나트륨 농도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고, 빈혈 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간장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잎이 연하고 수분이 풍부하며 땅에 딱 붙어 자라 납작 배추라고도 불립니다. 봄동에는 단백질과 지방에 부족하기 때문에 육류와 함께 먹으면 더욱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참기름에 버무려 겉절이로 해 먹거나 전으로 해 먹으면 지용성 비타민인 베타카로틴을 잘 흡수할 수 있습니다.
취나물
취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풀인 '취' 중에서 식용이 가능한 종류의 취입니다. 참취, 곰취, 미역취, 개미취 등으로 구분됩니다. 취나물에는 칼슘, 철분, 비타민A 등이 풍부합니다. 그중 비타민A 함유량의 경우 배추에 비해 1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사포닌(saponin) 성분이 체내 항산화 기능에 도움을 줘 노화 방지를 꾀할 수 있고, 쿠마린(coumarin) 성분은 혈전 생성 방지 및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줍니다. 취나물은 따뜻한 성질을 가져 한방에서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감기나 인후통, 두통 등에 도움을 주는 약재로도 쓰입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나물에는 항산화 물질의 일종인 '클로로젠산(chlorogenic acid)'이 100g당 38.3mg으로 매우 다량 함유돼 있다고 합니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이 성분은 세포 기능 장애를 통해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활성산소의 생성과 축적을 억제해 면역력 강화나 노화, 비만 억제 등에 도움을 줍니다. 연구원 측은 취나물을 30초가량 데쳤을 때 이 성분의 함유량이 가장 높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밖에도 고기가 탈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아미노산 가열분해물)을 80% 이상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추 대신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칼륨 성분이 다량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 유해 염분을 배출해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취나물에는 '수산'이라는 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성분은 체내 칼슘과 결합해 결석을 유발할 수도 있으나, 다행히도 데치는 과정에서 모두 휘발됩니다. 어린잎의 경우 이 성분의 함유량이 미미해 그냥 생식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또한 취나물을 데칠 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비타민C의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취나물은 종류만 해도 70여 가지가 넘기 때문에 요리법도 다양합니다. 곰취는 쌈 싸 먹기에 좋고, 어린 참취 잎은 나물로 먹기에 좋습니다.
방풍나물
원래 바닷가 모래사장과 바윗틈에서 자생하는 식물인데 바람을 막아주고, 풍병(風病)을 예방한다고 하여 방풍(防風)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방풍나물은 과거에 주로 약재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요리 식재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방풍나물에는 칼륨이 매우 풍부하고 칼슘과 인, 철분 등의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의 염증 매개체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성분으로 염증 관련 질환에도 효과가 있으며, 황사 등 미세먼지와 중금속 배출을 돕고 해독작용을 하여 체액이나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어 미세먼지 심한 봄철에 먹기 딱 좋은 나물입니다. 쌉쌀한 맛이 매력적이며 해산물과 궁합이 좋습니다. 무침이나 볶음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돌나물
누워서 하늘을 구경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와경천초(臥景天草)'라 불리기도 하고, 잎이 연꽃과 닮았다 하여 '석련화'라고도 합니다. 갱년기 장애가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돌나물은 이 에스트로겐을 대체할 수 있는 놀라운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칼슘 식품의 대명사 우유보다 무려 2배나 칼슘 함량이 높아 골다공증에 아주 효과적인 식품입니다. 비타민C와 인산이 풍부하며 새콤한 신맛도 있어 식욕을 촉진시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성인병을 예방하며,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입니다. 샐러드나 무침으로 많이 먹습니다.
냉이
쌉쌀한 맛과 진한 향으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물입니다. 냉이는 추운 날씨를 잘 견뎌내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며, 3월 초에서 4월 말까지 채취할 수 있습니다. 냉이에 풍부한 영양소는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A, C, 아연 등 다양하며, 원기 회복, 피로 해소 및 춘곤증에 좋습니다. 특히 다른 산채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냉이 속의 프롤린(proline)이라는 아미노산과 아연도 봄철에 냉이를 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프롤린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봄철 변화한 환경에 적응 중인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며, 아연도 체내 다양한 생리 작용의 보조효소로 작용하여 봄철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냉이에 많은 섬유질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장속의 숙변을 비롯한 나쁜 균과 독소를 제거하며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 방지와 암 예방에 효과적인 베타카로틴도 풍부합니다. 냉이는 가열해 먹어야 소화, 흡수가 잘 돼 살짝 데쳐 먹는 게 좋습니다. 된장국에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합니다.
두릅
두릅은 다른 채소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많고 칼슘,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 A, B1, B2, C, 베타카로틴 등이 골고루 들어 있습니다. 두릅의 쓴 맛을 내는 사포닌(saponin)은 혈당, 혈중 지질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항산화 성분인 셀레늄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도 좋습니다. 몸에 활력을 공급해 주고 피로도 풀어주기 때문에 봄만 되면 밀려오는 춘곤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두릅은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인 참두릅이 있고 땅에서 나는 새순을 잘라낸 땅두릅이 있습니다. 땅두릅은 식재료보다 한약재로 널리 쓰였는데, 독활(獨活)이라고도 불립니다. '홀로 독(獨)에 살 활(活)'자를 써서 바람에 쉽게 움직이지 않아 붙여진 이름처럼 생명력이 강하다고 알려진 한약재이기도 합니다. 땅두릅은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 해독해 주어 피로해소를 도우며 간 건강에 좋습니다. 또한 면역력을 높여 세균 수를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두릅은 소금물에 데쳐 먹어야 영양 손실이 적으며, 전이나 강회로 먹을 수 있습니다.
봄나물들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니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거의 약초나 다름없네요. 우리 모두 몸에 좋은 봄나물들 많이 먹고 춘곤증도 이겨내고 봄나들이의 훼방꾼 미세먼지도 물리쳐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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