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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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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여행으로 방문했던 순천만 습지는 저에게 인생여행지로 남아있습니다. 탁 트인 드넓은 갈대밭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저 그 속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던 곳이에요. 습지 하면 철새가 떠오르는데요. 겨울이면 여러 희귀종 철새들이 순천만 습지에 찾아온다고 하여 순천만 습지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매년 5월,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라고 합니다. 철새는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왜 보호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철새 사진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야생동물 국제협약인 '아프리카-유라시아 이동성물새협정(AEWA)'과 '이동성야생동물보호협약(CMS)'이 이동성물새와 서식지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006년 지정한 국제기념일로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 무렵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철새와 서식지 보존의 중요성을 조명하고 인식을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로벌 캠페인으로, 이동성물새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과 그들의 생태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철새란 무엇인가?

철새(migratory bird)란 알을 낳거나 겨울을 나기 위해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새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을 나는 철새를 여름 철새라고 하고, 겨울을 나는 철새를 겨울 철새라고 합니다. 철새들은 먹잇감이 풍부하고 온도가 알맞은 곳으로 자신들의 서식지를 정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로는 다음과 같은 종이 있습니다.

  • 여름새: 겨울을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열대, 아열대 지역에서 보내고,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찾아와 번식을 하고 여름이 지나면 다시 월동지로 이동하는 새입니다. 뻐꾸기, 두견이, 꾀꼬리, 백로, 뜸부기, 제비, 후투티, 파랑새, 물총새, 솔부엉이, 황로 등
  • 겨울새: 여름철새와는 반대로 우리나라보다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늦가을부터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보내고 이른 봄에 다시 번식지로 올라가는 철새입니다. 오리, 기러기, 독수리, 흰갈매기, 큰고니, 콩새, 칡부엉이, 논병아리, 두루미, 밭종다리, 쑥새, 양진이 등
  • 나그네새: 이동 중에 통과하는 새. 도요, 물떼새, 꼬까참새, 흰배멧새, 제비갈매기 등
  • 떠돌이새: 그 지방에서 번식지와 월동지를 달리하는 새. 말똥가리, 새매, 물까마귀, 굴뚝새 등

반면, 계절에 따라 이동을 하지 않는 새를 텃새(resident bird)라고 합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겨울철새 또는 여름철새로 분류되더라도 그중 일부는 번식지나 월동지로 떠나지 않고 텃새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철새 현황과 보호 필요성은?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전체 조류 527종 중 약 90%는 철새이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철새들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상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국제적인 철새 보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철새를 포함한 조류는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 건강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지표종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 신업화의 영향으로 습지와 숲을 포함하여 많은 동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조류가 감소추세에 있습니다. 특히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철새는 기후변화, 서식지 개발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직면한 종들이 많습니다. 철새와 서식지 보호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도 동시에 보호할 수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생태학에는 '우산종(Umbrella species)'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어느 지역의 먹이 사슬 최상층에 있는 생물종으로, 이 종을 보호함으로써 아래에 위치한 동식물이나 넓은 면적의 생물 다양성, 생태계를 우산을 펼치듯 보호하는 데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철새의 보호는 생태계 보전과 생물 다양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며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철새가 많이 오는 곳은?

전 지구적으로 8개의 철새 이동경로가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동아시아-호주 경로에 속합니다. 철새 도래지는 대부분은 물을 끼고 있습니다. 물과 뭍이 만나는 곳이 철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어류, 곡식의 낟알 등 먹이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전북군산 금강 하구, 서산 천수만, 을숙도, 창원 주남지, 창녕 우포늪, 순천만 대대포구, 해남 고천암포 등이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입니다.

 

  • 순천만 철새도래지: 갯벌이 잘 보존된 천혜의 습지로 갈대숲이 자라 새들이 둥지를 틀고 몸을 숨기기에 좋습니다. 흑두루미, 도요류 등 백 종 이상의 조류가 서식하며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의 월동지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한강하구 철새도래지: 한강하구는 유명한 재두루미의 집단도래지로 특히 삼각주 지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최근 재두루미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나 큰 기러기, 청둥오리, 도요류, 물떼새류 등 철새들이 아직까지 이곳에 적지 않게 모여들고 있습니다. 
  • 금강 하구 철새도래지: 금강 하구는 갈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강 중심에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고, 강 옆으로 나포 십자 들과 하구의 넓은 갯벌이 있어 철새들에게 먹이 제공과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천수만 철새도래지: 갯벌에 방조제를 쌓으며 호수와 간척지가 생겨남에 따라 희귀 조류들이 많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황새,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장다리물떼새, 논병아리류, 황로, 왜가리, 해오라기 등 우리나라 철새 종류의 절반 정도를 볼 수 있습니다. 
  • 낙동강 철새도래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알려져있습니다. 먹이가 풍부하고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아 사계절 백 종 이상의 철새가 찾아듭니다.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등 많은 새들이 이곳에 서식합니다.

우리나라 주요 철새도래지
출처: 순천만습지 홈페이지

 

지구온난화는 철새 이동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철새 이동은 번식지와 월동지의 기후와 먹이 변화에 적응하여 진화한 것입니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봄철 번식지로 떠나는 철새들의 이동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열대 지방에 사는 종들은 북쪽으로 서식지가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랑배진박새나 검은머리직박구리, 붉은부리찌르레기처럼 동남아나 중국 남부에서 서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종들이 최근에는 과거보다 자주 관찰되는 것이 확인됩니다.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빛공해 줄이기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빛공해'가 있습니다. 빛공해란 지나치게 강한 인공조명으로 인간과 자연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철새들이 밤에 비행할 때 불빛에 이끌려 건물에 충돌하거나, 생물학적 리듬에 이상이 생겨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집니다. 2022년 전 세계에서는 '새들의 밤을 위해 불을 꺼주세요'라는 주제로 5월과 10월 세계 철새의 날에 조명을 끄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빛공해 면적비율은 주요 20개국 가운데 2위로 철새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빛공해로 철새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투명 유리창, 방음벽 불투명하게 만들기

최근 외벽을 투명하게 처리한 통유리 건물이나 투명 방음벽 시설물이 많아지면서 조류 충돌사고도 증가 추세로, 연간 약 800만 마리가 건축물 충돌로 폐사하고 있습니다. 새의 골격은 비행해 최적화되어 있어 충격에 매우 취약해 부딪힐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우리 학교, 집 유리창에 '5x10' 격자무늬 스티커나 매 등의 맹금류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활동으로 충돌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5x10cm마다 점이 있는 스티커는 사람의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새들은 이 작은 점들 덕분에 유리창을 허공이 아닌 장애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새들은 좁은 공간으로는 날지 않은 습성이 있어 장애물이 보이는 격자무늬 유리창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맹금류를 무서워하는 종들은 당연히 맹금류가 그려진 스티커가 붙인 유리창을 피해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을 포함해서 조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내용을 모아 '조류충돌 방지 조례'제정이 진행 중입니다. 

 

습지, 갯벌 보호에 관심 가지기 

갯벌은 인간의 삶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철새들에게는 이동 중 중간 기착지로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자원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면적의 약 2.4%(2489.4㎢)가 갯벌입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들 지역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연안 습지인 갯벌은 생태적 역할뿐 아니라 기후위기에서 중요한 '탄소 저장고'로서도 가치가 높습니다. 국내 갯벌이 매년 11만 대의 승용차가 내뿜는 수준인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약 1300만t 규모의 탄소를 저장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국내 갯벌 면적은 간척사업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9.9cm) 등으로 1987년 3204㎢에서 2018년 2482㎢(염습지 포함)로 30년 새 약 23% 감소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지금과 같은 탄소 감축 속도라면, 우리나라 갯벌 36곳 중 75%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갯벌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희생될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일례로 새만금 수라갯벌 자리에 미군기지로 사용되는 군산공항을 더 확장해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라갯벌을 지키는 이들은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고려해 신공항 건설 계획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취소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인 수라갯벌을 포함해 인천의 여러 갯벌 등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많은 갯벌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할 것입니다. 

 

 

철새 관련 영화와 책 

6월 21일에 개봉할 예정인 다큐멘터리 '수라'는 새만금 간척지의 마지막 갯벌인 수라갯벌과 갯벌을 찾아온 많은 생물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수라갯벌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철새의 날에 맞춰 출간된 「날개 위의 세계」는 철새 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현장 연구원인 저자 스콘 와이덴솔이 철새의 여정을 따라가며 철새 이동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조류학자들을 만나고 철새가 머무는 서식지 환경의 위기와 현실을 기록한 생생한 현장 탐사 기록입니다. 이렇게 영화나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철새와 갯벌, 습지에 대해 더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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