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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장애인의 날 추천영화 '원더(Wonder)', '코다(C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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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올해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법 시행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이 차별받거나, 이동권, 주거권, 노동권, 건강권 등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애인이 동등한 시민이자 주체임을 인지하고, 차별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더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내용을 검토하고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 위해는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합니다. 저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 또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영화 두 편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원더'와 '코다'입니다. 

 

1. 원더(Wonder, 2017)

줄거리

위트 있고 밝고 매력적인 성격의 '어기'는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나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합니다. 27번의 성형수술을 견뎌내고 온 가족의 관심과 사랑 속에 홈스쿨링을 받으며 자란 어기. 부모님은 어기가 10살이 되자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학교에 보내게 됩니다.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낯선 세상에 용감하게 도전하지만 첫날부터 '남다른 외모'로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사람들의 시선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친구들의 놀림 속에 매일 혼자 힘들게 생활하는 어기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데... 새로운 사회 속에서의 도전과 상처 등을 통해 더욱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어기와 어기가 힘들 때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할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편견과 차별이 가득 찬 세상에서 용기를 내어 진짜 자신을 마주하고, 다른 사람에게 먼저 친절을 베풀면 조금씩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을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 원더 포스터

 

다양한 시점을 통해 보여준 모든 이들의 어려움

이 영화는 어기의 시점, 어기 누나인 비아의 시점, 잭의 시점, 비아의 절친 미란다 시점 등으로 영화가 전개된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주인공이 어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을 보여줌으로써 어기와는 다르지만 각자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기가 아프기 때문에 늘 어기에게 부모님의 관심을 양보해야 했던 누나 비아, 논문 하나만 작성하면 석사 학위를 딸 수 있는데 어기를 키우느라 공부를 포기했던 엄마 이자벨, 늘 유머와 위트로 가족들을 격려하고 즐겁게 해 주지만 내면의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아빠 네이트, 어기와 비아의 친구들까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가 다양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은영 박사님이 내 아이가 장애가 있는 친구와 지내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말해줘야할 지 조언해 주신 글을 본 적 있습니다. 무조건 아이 보고 이해하고 잘 지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하지만 그 친구는 '나와 다른 어려움이 있는 친구일 뿐이며, 모든 인간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쳐줄 것을 권하시더라고요. 나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의 종류가 다를 뿐이며, 그 부분에 어려움이 덜하거나 없는 사람이 서로서로 조금씩 봐주면서 어울려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요. 

 

만약 옳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or being kind, choose kind)

브라운 선생님이 어기의 첫 수업에서 알려준 격언입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라면 당연히 옳은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사탕발림 같은 친절만 베풀고 상대방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오해하게 하는 것보다는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텐데요. 인생을 살다 보니 왜 이런 말이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항상 옳을 수는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알게 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주고받은 친절과 사랑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졸업식에서 상을 받기 위해 수상대에 올라 모든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들리는 어기의 독백에서 나온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만약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그냥 지켜봐 주기만 하면 된다(Be kind, for everyone is fighting a hard battle. And if you really want to see what people are, all you have to do is look). 

 

 

2. 코다(CODA, 2021)

2014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한 미국영화입니다. 작품명인 코다(CODA)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하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미라클 벨리에'는 실제 코다는 베로니크 풀랭의 자서전 '수화, 소리, 사랑해!'를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 코다 포스터

 

줄거리

어업에 종사하는 청각 장애를 가진 가족들과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됩니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게 됩니다. 가족 간의 깊은 유대와 더불어 소녀와 가족 모두 독립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소리를 못 듣는 사람의 상황들에 대한 이해 

이 영화에서는 소리를 못 듣는 것에 대한 일상적인 상황을 포착함으로써 평소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지 못할 불편할 상황들에 대해 담고 있습니다. 루비가 학교 공연에서 노래를 할 때 루비 가족들의 시점에서 공연을 보듯이 영화의 모든 소리가 소거되고 루비의 아빠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루비가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 아빠가 루비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 뒤 노래를 부르는 루비의 목을 어루만지면서 성대의 울림을 느끼는 장면, 루비가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2층 좌석에서 루비를 바라보는 가족들을 위해 가사를 수화로 전달하는 장면 등은 정말 감동을 자아내는 훌륭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명곡이 가득한 OST

조니 미첼 원곡의 'Both sides now'부터 영화에 나오는 모든 곡들이 정말 좋습니다. 영화를 본 뒤 며칠 동안 계속 OST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빠져서 지낼 정도로 좋았습니다. 에밀리아 존스의 가창력과 표현력도 너무 좋고, 이미 '싱 스트리트'를 통해 익히 들었던 퍼디아 월시 필로의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정말 좋은 음악들로 가득한 OST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추가로 코다의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가 한국에서 개봉될 당시 가수 윤종신이 이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월간 윤종신 8월호 '사라진 소녀 with 루싸이트 토끼'도 꼭 함께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 농인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

루비네 가족에서 아빠 프랭크 역의 '트로이 코처', 엄마 재키 역의 '말리 매트린', 오빠 레오 역의 '다니엘 듀런트'는 모두 실제 농인 배우라고 합니다. 트로이 코처는 영화 코다를 통해 크리스틱스 초이스 시상식,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 캐스트,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수어로 수상소감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뭉클했던 기억이 나네요.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더 공감할 수 있는 만큼 더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하였기 때문에 좋은 연기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문화 아동, 장애 아동을 함께 등장인물로 보여주면서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EBS 딩동댕유치원

 

두 편 모두 너무 감명 깊게 본 명작이라 언젠가 리뷰를 남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뜻깊은 날에 맞춰서 포스팅할 수 있다니 저 스스로에게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살아가는 사회,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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