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란?
현미(玄米, brown rice)란 벼의 껍질인 왕겨만 벗긴 쌀입니다. 즉, 품종명이 아니라 쌀의 가공단계에 따른 구분이므로 흑미 현미도 있고 찹쌀 현미도 있습니다. 왕겨만 제거하고 쌀눈과 쌀겨가 그대로 남아있어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가가 높습니다.
현미, 칠분도미, 오분도미, 백미의 차이
벼를 수확한 뒤 먹을 수 있게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을 '도정'이라고 합니다. 쌀의 도정 정도에 따라 현미, 칠분도미, 오분도미, 백미로 나뉩니다.
- 현미(玄米): 벼의 가장 바깥 껍질인 왕겨만 제거한 상태로 쌀눈과 호분층의 100%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 오분도미(五分搗米): 종피의 1/2이 깎여진 상태로 쌀눈과 호분층이 50%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현미와 백미의 중간 정도에 해당됩니다. 쌀겨층을 벗겨낸 만큼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 등의 영양성분이 현미보다는 적지만 백미에 비해 칼슘과 인이 2배, 비타민 B1, B2와 나이아신이 3~4배, 비타민E는 약 10배나 더 함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백미에 비해 섬유질이 많아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해 줘 숙변을 막고 쾌변을 촉진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 칠분도미(七分搗米): 종피가 깎여진 상태로 쌀눈과 호분층이 30%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백미보다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고, 오분도미보다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 백미(白米): 현미를 도정하여 쌀눈, 쌀겨가 깎여지고 식용으로 하는 배젖 부분만을 남긴 쌀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흰쌀밥입니다. 섬유질이 거의 없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 현미보다 영양가는 떨어지지만 밥을 지었을 때 식감이 부드러워 맛이 좋고 소화흡수가 잘 됩니다.
발아현미(發芽玄米, germinated brown rice)란?
발아현미는 벼의 왕겨를 제거한 현미를 대상으로 일정한 조건의 수분을 공급하여 싹을 틔운 쌀입니다. 벼는 완성된 생명체의 씨앗인데 이것을 1분도로 도정하여 약 32도에서 22시간 정도 담가두면 싹이 납니다. 1993년 독일 막스 플랑크(Max Planck) 연구소에서 발아현미 및 발아보리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특수가공미의 일종입니다.
왕겨가 벗겨지면 현미는 생명물질을 보호하기 위해 현미의 껍질에 있는 식이섬유를 긴장시켜 딱딱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벼의 새 생명요소들의 변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겨층에 있는 피트산(Phytic Acid)이라는 물질 때문입니다. 현미가 싹이 트면 피트산은 자기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켜 인과 아니시톨로 변하게 되고 현미의 겉껍질은 다시 부드러워집니다. 때문에 발아현미는 쌀눈과 쌀겨의 영양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밥을 지었을 때 부드럽고 찰기가 있으며 소화가 잘 됩니다.
특히 발아현미는 발아과정 중 GABA(Gamma Amino Butyric Acid; 감마아미노부티르산), 비타민B1, B2, E, 칼슘, 무기질, 아미노산, SOD(superoxide dismutase) 등 몸에 유용한 성분들이 생깁니다. 이와 같은 영양소들은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성인병을 예방하며 몸의 독소를 씻어내는 해독작용을 합니다. 또한 중추신경계 내의 중요한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인 GABA의 함량이 백미에 비해 16배, 현미에 비해 5배가량 높고, 식이섬유는 백미 대비 20배가량 높게 함유돼 있습니다.
찹쌀현미란?
찹쌀의 왕겨만 제거한 것으로 현미임에도 식감이 좋고 소화가 잘 되는 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현미는 멥쌀의 현미이며, 멥쌀과 찹쌀은 벼의 품종 자체가 다릅니다. 멥쌀은 메벼, 찹쌀은 찰벼를 심은 것입니다. 멥쌀은 일반적으로 밥을 지어먹는 쌀로 쓰이며, 찹쌀은 찰기가 많아 찰밥이나 인절미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합니다. 찹쌀의 주성분인 전분이 주로 아밀로펙틴 구조로 되어있어 멥쌀보다 소화가 용이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미의 장점
1. 탄수화물 적고 단백질, 섬유질 등 영양소 더 풍부
현미는 백미에 비해 탄수화물 함량과 열량이 낮고,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B 등의 함량은 높습니다. 식이섬유(섬유질)가 백미의 3~4배로 장의 운동을 돕고 변비를 다스릴 뿐 아니라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흡착하여 배출합니다. 발아현미는 백미보다 식이섬유가 3배, 칼슘이 5배, 비타민이 5배, 식물성 지방은 2.5배가 들어있습니다. 비타민B1이 많고 두뇌 활동에 꼭 필요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 함량도 높습니다.
2. 콜레스테롤 감소
핏속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늘리는 작용을 합니다. 현미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간에서 합성되는 콜레스테롤을 직접 줄이기도 합니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좋은 감마오리자놀, 리놀레산 등도 풍부합니다.
현미의 단점
1. 식감이 거칠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음
현미는 맛이 깔깔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지을 때 백미와 배합하여 식성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 장이 약한 사람은 도정이 덜 된 잡곡밥보다는 흰쌀밥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2. 무기질 배출
현미 속의 피틴산은 중금속 이외에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도 배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기질이 풍부한 멸치, 해조류, 견과류 등을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때문에 현미밥만 먹지 말고 귀리, 콩 등 다른 곡물을 번갈아 먹는 것도 좋습니다.
현미 부작용 팩트체크
1. 현미의 피트산(Phytic acid)이 무기질(미네랄)의 체내흡수를 방해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피트산은 주로 곡물의 껍질에 들어 있는 천연 항산화 물질로 껍질을 덜 벗긴 현미에 많습니다. 통밀, 콩, 시금치 등에도 피트산이 들어있습니다. 피트산은 암세포의 증식을 막고, 지방이 몸에 흡수되지 않게 도우며, 혈당을 낮추고, 중금속을 배출시키고, 과다한 활성산소를 없애는 등 좋은 효과를 많이 냅니다. 그러나 피트산은 칼슘, 철분, 마그네슘, 아연과 같은 미네랄과 잘 결합해 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도 합니다. 현미밥을 주식으로 삼을 경우 미네랄 부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미로만 밥을 지어 주식으로 먹을 경우, 굴, 멸치, 소고기, 해조류, 견과류처럼 미네랄이 풍부한 반찬을 골고루 챙겨 먹으면 피트산의 효과를 충분히 보면서도 미네랄 부족을 막을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과영양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피트산 때문에 무기질 흡수가 감소한다고 해도 다른 식품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서 피트산 때문에 영양부족이 생길 확률은 희박합니다. 오히려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현미에 '비소(arsenic)'라는 중금속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데 먹어도 괜찮은가요?
쌀의 비소 문제는 지난 2012년 미국의 소비자 단체가 미국쌀이 비소에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되었다고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중남부 지방은 과거 목화농사를 지으면서 목화씨를 파먹는 목화다래바구미를 잡기 위해 비소농약이 다량 사용되었고 1989년경 중단되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목화를 재배하던 미시시피주, 아칸소주, 루이지애나 주의 많은 농장들이 지금은 쌀농사를 짓고 있어 해당 쌀에 높은 수준의 비소가 검출되었습니다.
비소는 물과 흙, 공기, 동물과 식물 등 자연에 있는 물질이지만, 사람이 과다 섭취하면 몸에 해로울 수 있는 독소이기도 합니다. 유기비소(탄소 포함)와 무기비소(탄소 원자 없음)로 나뉘는데 그중 무기 비소는 독성이 높아서 많은 양이 몸에 쌓이면 신경계 이상, 암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무기 비소는 톳, 모자반과 같은 일부 해조류에도 있고, 쌀에도 들어 있는데, 벼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흙과 물에 있던 무기 비소가 쌀에 축적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쌀의 비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세계 여러 나라의 통계 중에서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비소를 포함한 농약 또한 전혀 사용하는 바가 없습니다. 또한 도정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되는 데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도정한 쌀의 무기 비소 농도를 1kg당 0.2mg 이하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무기비소 농도가 기준치 아래라도 더 신경 써서 쌀을 씻으면 쌀가루에 소량 남아 있는 무기 비소를 더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백미는 그릇에 담고 물을 부어 손으로 2~3번 휘저은 다음에 4번 이상 헹구면 비소가 15% 줄어듭니다. 현미는 백미보다 도정 단계가 적어서 무기 비소 농도가 2배 정도 높기 때문에 물에 불려 씻는 것이 좋은데, 백미를 씻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물에 담가 여러 번 헹구고, 현미 양보다 6배 많은 물을 붓고 1시간 동안 불립니다. 불린 현미 양보다 1.5배 많은 물을 붓고 밥을 지으면 현미의 영양소는 95% 이상 유지되면서도 비소를 35%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현미보다 백미 위주로 드세요
-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 현미를 먹으면 복통과 설사,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까슬까슬하고 식감이 거친 데다가 소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위장이 약한 편이라면 현미로 밥을 지을 때 물에 더 오랫동안 불리고 물도 더 많이 넣어야 합니다. 100% 현미로만 먹는 것보다는 찹쌀현미, 발아현미, 백미 등을 섞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 만성 신장병 환자는 칼륨과 인을 많이 섭취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체내에서 쓰이고 남은 칼륨과 인은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데 만성 신장병 등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체내의 칼륨과 인을 원활히 배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칼륨이 혈액에 많이 있는 고칼륨혈증의 경우 부정맥이나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 만 7세 이하의 어린이는 씹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무리하게 현미를 먹이지 않으며, 5분도미나 7분도미를 백미, 잡곡과 함께 섞어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현미를 먹을 경우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쌀에 농약이 잔류할 경우 93%가 쌀 바깥쪽의 호분층에 잔류하기 때문입니다. 건강에 좋은 현미, 어떻게 먹어야 좋을까요? 처음 드시는 분들은 유기농 오분도미, 칠분도미, 찹쌀현미를 백미, 잡곡과 섞어 드시면서 서서히 양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씻을 때 여러 번 잘 헹구고 불려서 먹는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죠? 불리는 과정이 귀찮은 분들은 발아현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매일 먹는 우리의 주식인 쌀! 잘 알아보고 더 건강하게 챙겨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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